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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창간 1주년 축하시

입력 : 2015-10-21 13:06: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에게



 





 



파주, 너를 생각하니까



임진강변으로 군대 갔던 아들 면회하고 오던 길이 생각나는군



논바닥에서 모이를 줍던 철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라서



나를 비웃듯 철책선을 훌쩍 넘어가 버리던



그러더니 나를 놀리듯 철책선을 훌쩍 넘어오던



새떼들이 생각나는군



새떼들은 파주에서 일산도 와보고 개성도 가보겠지



거기만 가겠어



전라도 경상도를 거쳐 일본과 지나반도까지도 가겠지



거기만 가겠어



황해도 평안도를 거쳐 중국과 소련을 거쳐 유럽도 가겠지



그러면서 비웃겠지 놀리겠지



저 한심한 바보들



자기 국토에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는 바보들



얼마나 아픈지



자기 허리에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어보라지



이러면서 새떼들은 세계만방에 바보들이 사는 나라 소문 다 내겠지



파주, 너를 생각하니까



철책선 주변 들판에 철새들이 유난히 많은 이유를 알겠군



자유를 보여주려는 단군할아버지의 기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군



 



- 공광규 시인



 



 



● 황헌만 사진작가





1948년생. 현재 사진 작업실 ‘M2’를 운영하며, 사라져 가는 우리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집으로 『장승』『조선땅 마을지킴이』『임진강』 등이 있고, 사진 동화로 『민들레의 꿈』『민들레 일기』등이 있습니다.



 



● 공광규 시인





1960년생. 『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로 박사학위.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시평집 『시쓰기와 읽기의 방법』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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